
지난해 말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방안이 거론되면서, 탈모는 개인적 고민을 넘어 정책적으로도 주목받는 건강 이슈로 떠
올랐다. "20·30세대가 건강보험료를 내고도 혜택이 적다"는 배경 설명이 따라붙었는데, 이 말 한마디가 탈모가 더 이상 중년 남성만의 문제가 아님을 공식화
한 셈이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탈모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10만 명을 넘었고,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잠재 환자까지 합산하면 탈모 인
구는 1,0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특히 20대 탈모 환자 비율은 이미 50대를 앞질렀고, 여성 탈모 환자도 매년 10만 명 이상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
다. 탈모는 이제 나이도, 성별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탈모를 '하나의 병'으로 뭉뚱그려 접근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입 모은다. 남성과 여성은 탈모가 시작되는 이유도, 진행되
는 방식도, 치료에 반응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 같은 탈모, 다른 이유
남성형 탈모는 대체로 패턴이 뚜렷하다. 이마 양쪽이 M자 모양으로 올라가거나 정수리 한가운데부터 머리카락이 빠지는 식으로 진행된다. 주된 원인은 남성
호르몬의 작용이다. 모낭이 이 호르몬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점점 가늘어지고 결국 성장을 멈추는 방식이다. 특정 부위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어디서 시작
됐는지를 파악하면 진행 단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여성형 탈모는 양상이 다르다. 한 부위가 두드러지게 빠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모발이 가늘어지고 숱이 줄어드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앞머리 라인
은 비교적 유지되지만 가르마 부위가 넓어지거나 두피가 비쳐 보이기 시작한다. 이를 단순히 "모발이 좀 줄었나" 하고 넘기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적지
않다.
◆ 여성 탈모, 더 까다로운 이유
여성 탈모가 더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는 원인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호르몬 변화, 만성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수면 부족, 출산
등 다양한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철분 부족 같은 내과적 문제가 탈모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두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신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할 때가 많다.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도 크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되면서 두피 혈관이 수축하고 모근으로 가는 영양 공급이 줄어든다. 이 상
태가 지속되면 모발이 성장기를 채우지 못하고 일찍 빠지는 이른바 '휴지기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눈에 띄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뒤 수개월이 지나서야 탈모가 가시화되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천 닥터공헤어라인의원 공기환 대표원장은 "여성 탈모 환자의 경우, 처음 내원할 때 스스로 탈모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는 느낌보다 '어딘가 볼륨이 없어진 것 같다'는 표현으로 오시는 경우가 더 흔하다"고 설명했다.
◆ 탈모 관리 생활 수칙
성별에 따른 맞춤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원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 탈모에 주로 쓰이는 치료 방식이 여성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없고, 여성 탈모라
해도 호르몬성인지, 영양 문제인지, 스트레스성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진단 단계에서는 두피 상태와 모발 밀도, 모낭 건강, 탈모의 진행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필요에 따라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내부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더해지기도 한다. 이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치료 방향이 제대로 잡힌다. 치료는 단일 방법에 의존하기보다 두피 혈류 개선, 모낭 영양 공급, 세포 재생 촉진 등
여러 접근을 환자 상태에 맞게 조합하는 방식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공기환 대표원장은 "탈모 치료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모든 환자에게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두피 상태, 진행 정도, 생활습관, 성별에 따라 달라
지는 요소들을 충분히 반영한 개인 맞춤 치료 계획이 결과와 유지 기간 모두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여성 탈모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 드러내기 불편한 문제라는 인식 때문에 혼자 감내하다 늦게 내원하는 사례가 많다. 탈모를 외모 문제가 아닌
두피 건강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남성 2030 탈모 고민은 이마 라인이 M자 형태로 밀리거나 정수리 밀도가 낮아지는 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머리숱이 줄었다”보다 “앞
머리가 잘 안 선다”, “왁스를 발라도 정수리가 갈라진다”, “사진을 찍으면 두피가 비쳐 보인다”는 식으로 체감된다.
이때 샴푸만 바꾸거나 두피 스케일링에 의존하기보다, 가족력·수면 부족·음주·흡연·단백질 섭취 부족·급격한 체중감량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남성형 탈
모는 진행성인 경우가 많아, 빠지는 양보다 이마선과 정수리 변화가 계속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여성 2030 탈모는 남성처럼 이마가 확 밀리기보다 가르마가 넓어지고 머리 묶을 때 볼륨이 줄어드는 양상이 흔하다. 다이어트, 생리량 증가에 따른 철분 부족,
스트레스, 수면 불균형, 잦은 염색·탈색·고데기 사용이 겹치면 휴지기 탈모처럼 갑자기 많이 빠질 수 있다.
두피 관리는 저녁 샴푸로 피지와 스타일링 제품을 씻어내고, 젖은 머리를 오래 방치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뜨거운 물·강한 브러싱·두피를 긁는 습관은 줄이
고, 단백질·철분·아연 섭취를 챙겨야 한다.